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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역사 서술의 편향성과 탈식민주의 역사학의 등장

by HomeCareHacks 2025. 9. 3.

식민주의는 역사 서술을 지배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활용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를 확장하며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 서술을 체계적으로 동원하였다. 유럽 제국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역사와 문화를 야만적이거나 미개한 것으로 묘사하고, 자신들의 통치를 ‘문명화 사명’으로 포장하였다. 이러한 식민주의 역사관은 피식민 사회의 주체성을 말살하고, 그들의 역사를 유럽 중심의 시간축 속에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였다. 예를 들어 인도나 베트남, 조선 등 여러 지역에서 전통적인 역사 기록이나 민간의 구술 문화는 무시되거나 파괴되었고, 식민 행정기록과 통계가 ‘진짜 역사’로 간주되었다. 식민주의 역사학은 단지 과거를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현재의 지배 질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으며, 이는 교육과 학문 제도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탈식민주의 역사학은 억압받았던 기억과 목소리를 회복하려는 시도다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러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이루고, 새로운 민족 국가로 재탄생하면서 역사학계에서도 식민주의적 서술 방식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었다. 탈식민주의 역사학은 단순히 기존 서술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배제되었던 피식민자들의 경험, 기억, 문화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인도에서는 ‘서브얼터너티브 스터디즈’(Subaltern Studies) 그룹이 등장하여, 엘리트 중심의 민족주의 역사관마저 비판하며 하층민, 농민, 여성 등 비가시화된 존재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이들은 공식 기록보다는 민담, 구술, 종교적 상징, 의례 등을 사료로 활용하며, 역사의 중심을 전복하는 시도를 전개했다. 탈식민주의 역사학은 단지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서술의 기준과 언어, 구조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이는 기존의 서구 중심 역사학이 가진 권위에 도전하는 급진적 접근이었다.

오늘날 탈식민주의 시각은 세계사 서술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탈식민주의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한계적 운동이 아니라, 세계사 전체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보편적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지 피식민 국가들의 자국사 복원에 그치지 않고, 서구 중심의 진보·근대·문명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세계사에서 '발전'과 '진보'를 이야기할 때도, 이제는 유럽의 경험이 보편적인 모델이라는 관점은 점차 힘을 잃고 있으며, 다양한 문명권의 상호작용, 교류, 저항, 혼종성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대항해 시대는 더 이상 ‘발견의 시대’로만 불리지 않으며, 약탈과 폭력, 저항과 적응의 복합적 장으로 재해석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지 학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전시, 교과서 서술, 대중문화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역사 서술이 얼마나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작업인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결과적으로 탈식민주의 역사학은 역사의 주체를 다양화하고, 기억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동시대 역사학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역사학의 이론과 방법론, 교육 방식에 지속적인 도전을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