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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년체와 기전체 - 역사 서술 방식이 의미를 결정짓는다

by HomeCareHacks 2025. 8. 30.

역사 서술의 틀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사관을 반영한다

역사서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식 중 두 가지는 편년체와 기전체다. 편년체는 연도 순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이고, 기전체는 인물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하는 서술 방식이다.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방법의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두 형식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삼국사기》는 기전체를, 《조선왕조실록》은 편년체를 기반으로 하며, 이들은 각기 다른 독해 방식과 정보 전달 구조를 가진다. 편년체는 연속성과 시계열적 흐름을 강조하여 사건의 맥락과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유리한 반면, 기전체는 인물 중심의 서술을 통해 시대정신이나 인물의 도덕성, 행적을 조명하는 데에 적합하다. 결국 이러한 형식 선택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어떤 가치를 역사로 삼고 어떤 시각에서 과거를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편년체는 사건의 흐름을 강조하며 전체 구조를 보여준다

편년체는 한 해, 혹은 한 달 단위로 사건을 정리하면서, 당대에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연대기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사료는 독자로 하여금 특정 시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건들의 유기적 관계를 파악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한 해에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이어서 정치적 소란이 벌어졌다면 이를 통해 사건 간의 인과관계나 정치-자연의 상관성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편년체는 객관적 기록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이는 형식적으로 사건을 나열하는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서술은 기록자의 선택과 배제를 포함하므로, 편년체 역시 ‘사실의 배열’이라는 해석의 틀 안에 놓인다. 연대별 사건을 따라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년체는 교육과 정책 연구, 시대별 변화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전체는 인물 중심으로 도덕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한다

반면 기전체는 ‘본기’, ‘열전’, ‘표’, ‘서’ 등의 구성 요소로 역사를 조직한다. 특히 인물 전기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열전은 그 사람의 출신, 행적, 업적, 도덕적 평가 등을 담아내며 독자에게 모범 혹은 반면교사로 삼도록 유도한다. 《삼국사기》나 중국의 《사기》는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 예시다. 기전체는 개인의 행위와 판단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흥망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인과보다는 교훈, 흐름보다는 의미를 강조하게 된다. 이 형식은 유교적 가치관과 맞닿아 있으며, 역사서를 단순한 사실 기록이 아니라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훈서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기전체의 구조는 독자에게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어떤 가치가 중심이었는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결국 편년체와 기전체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며, 사료 해석 시 두 서술 방식의 구조적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