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은 갑오개혁과 을미사변 이후 민중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조선은 외세의 침탈과 내부 개혁 실패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특히 1894년의 갑오개혁은 일본의 강요에 의해 진행된 측면이 강했으며, 왕권 약화와 전통 질서의 붕괴를 초래했다. 이어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미사변)은 조선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켰고, 일본에 대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바로 의병이었다. 초기의 의병은 유생과 양반 출신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었으며, 충군애국의 사상을 바탕으로 왕실 수호와 외세 축출을 외쳤다. 1895년의 을미의병은 비교적 자발적이며 산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으나,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일제의 지배에 대한 첫 조직적 저항의 불씨를 당겼다. 이들은 전통적인 무기를 들고 일본군과 맞섰으며, 지역사회에서 강한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나갔다. 이러한 초기 의병은 비록 군사적 역량 면에서는 열세였으나, 민중 속에서 자주 독립의식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정미의병은 조직화와 무장투쟁의 정점을 이룬 항일 운동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 조선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민중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1907년에는 고종의 강제 퇴위와 군대 해산이 겹치면서 대대적인 의병 항쟁이 일어났고, 이를 '정미의병'이라 부른다. 이 시기의 의병은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항일 전쟁의 양상을 띠었다. 전직 군인, 훈련받은 무관, 유생, 민중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지방마다 의병장들이 등장해 병력을 편성하고 군율을 세우며 본격적인 무장 항쟁을 전개하였다. 허위, 신돌석, 민종식, 최익현, 이강년 등 수많은 의병장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일제는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의병을 탄압하였다. 특히 일본은 이들을 단순한 반란군이 아니라, 치안 교란자로 규정하며 가혹한 보복과 학살을 자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병은 민중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수년간 항전을 지속했고, 이는 후일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정미의병은 단순한 봉기의 차원을 넘어, 조선 민중이 자주권을 회복하고자 벌인 조직적 투쟁이었다.
의병운동은 독립운동의 뿌리로서 민족정신을 지켜냈다
의병운동은 일제 강점기 이전 조선 민족이 스스로의 힘으로 외세에 맞서 싸운 최초의 전국적 저항이었다. 비록 군사적으로는 열세였고, 결국 대부분 진압당하거나 와해되었지만, 그 정신은 후일 독립운동의 이념적 기반으로 계승되었다. 특히 1910년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이후에도 일부 의병 세력은 만주와 연해주로 이동하여 독립군의 전신이 되었고, 이를 통해 항일 무장투쟁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의병의 활동은 국내외 민족 운동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조선인의 주체적 저항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의병운동은 사회계층을 초월한 참여를 특징으로 하며, 민중 속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 유생과 양반뿐 아니라, 농민과 상인, 심지어 기생과 아이들까지 항일의 일선에 나섰다는 기록은, 당시 조선 사회가 얼마나 절박하게 자주권을 갈망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의병운동은 단지 무장 투쟁의 역사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각과 연대, 희생정신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주의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