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상황은 3·1운동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1919년 3월 1일, 조선 전역에서 일제 식민 통치에 반대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대규모 비폭력 항쟁인 3·1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의 발단은 단순히 일제의 억압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제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윌슨 미국 대통령이 ‘민족 자결주의’를 주창함으로써, 식민지 민족들에게도 자결의 권리가 있다는 기대가 퍼졌다. 국내적으로는 고종 황제의 갑작스러운 서거와 그 장례를 앞둔 시점에서 민중의 울분이 고조되었고, 동시에 지식인·종교인·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의 조직적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천도교·기독교·불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학생 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기초하였으며, 33인의 민족대표가 서명함으로써 3월 1일 오후 2시,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이 선포되었다. 이들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 시위로 독립 의지를 밝히고자 했으며, 이는 곧 전국으로 퍼져나가 수많은 도시와 시골, 심지어 국경 밖의 지역까지 확산되었다.
3·1운동은 조선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자발적인 민족운동이었다
3·1운동은 단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읍면 단위, 농촌, 심지어 만주와 연해주, 간도 지역에 이르기까지 총 2개월 이상 항일 시위가 이어졌고, 참가 인원은 200만 명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남녀노소, 종교와 계층, 지역을 초월하여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였으며, 특히 학생과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시위는 대체로 비폭력적인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일본 헌병과 경찰은 이를 무차별적으로 탄압하였다. 수많은 민간인이 구타, 체포, 고문당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 집단 학살 등 잔혹한 폭력이 자행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제암리 학살 사건에서는 일본 군경이 주민 수십 명을 교회에 가둔 채 불을 질러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되었고, 이는 조선 민중이 단순한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민족 자각에 기반한 조직적 의지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전국적 규모의 자발적 항쟁은 이후 한국 독립운동의 방향성과 조직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운동의 제도화를 이끌었다
3·1운동은 일제의 무단통치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으며, 일본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소위 '문화통치'로의 전환을 선언하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성과는 바로 독립운동의 이념과 조직의 탄생이다. 시위 직후, 조선 내외의 독립운동가들은 임시 정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이는 3·1운동이 단순한 저항을 넘어 주권 회복을 위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임시정부는 비록 망명 정부의 형태였지만, 독립운동을 조직화하고 외교·군사·교육 등에서 체계적 활동을 전개하면서 한민족의 자주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3·1운동은 향후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간디 비폭력 운동 등 아시아 민족운동에도 영향을 끼치며 국제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처럼 3·1운동은 단순한 항일 시위를 넘어, 민족 자결과 독립의 정당성을 천명한 역사적 분수령이었으며,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원으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